『끝나지 않은 일』 독서 후기|모녀의 거리와 고독을 응시하다

비비언 고닉 『끝나지 않은 일』 한국어판 책 표지

비비언 고닉 『끝나지 않은 일』을 다시 읽었다.그때는 지나쳤던 문장이,이번엔 마음에 걸려 오래 붙잡혔다. 가까워서 더 복잡했던 관계,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시간.그걸 문장으로 묶어낸 고닉의 방식은여전히 건조했고, 그래서 더 설득력 있었다. 모녀라는 단어로는 다 담기지 않는 감정들.이 책은 그 경계를 조용히 짚고 지나간다. 다시 꺼내 든 책 처음 읽었을 땐 잘 모르겠던 문장들이시간이 지나 다시 … Read more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요약|남녀 관계에 꼭 필요한 이해와 존중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한국어 번역본 표지

왜 자꾸 어긋날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찾은 해답 연애를 하다 보면 별일 아닌 걸로 서운해지고,좋자고 한 말에 오히려 싸움이 되기도 한다. 서로를 사랑하는 건 분명한데,왜 이렇게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표현할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이런 엇갈림의 이유를 단순하고도 설득력 있게 짚어준다. 읽다 보면,“아 내가 틀린 게 아니라 그냥 방식이 달랐던 거구나” … Read more

『정체성』 밀란 쿤데라|사랑과 자아 사이에서 길을 잃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정체성』 표지 사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우리는 정말 ‘나’일까?그 사람이 보는 내가 나인지, 아니면 그 사람이 만들어낸 나인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은 바로 그 혼란의 틈을 깊숙이 파고든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고, 동시에 이상하게 끌렸다. 단단한 문장들 사이사이에 놓인 질문들은 조용하지만 강했고, 무엇보다도 오래 남았다.삶과 관계, 존재에 대해 평소엔 외면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쿤데라는 … Read more

수정된 과거가 흔든 마음, 박참새 『정신머리』 읽고 낭독회까지

박참새 시인의 시집 『정신머리』 표지 사진

낯선 제목이었다. 정신머리. 도대체 어떤 시를 쓰는 사람일까 싶었고, ‘수정된 과거는 보장된 현재 다만 확실하게 흔들릴 뿐인 미래를 가져다주리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그냥 넘기지 못하게 됐다. 그렇게 박참새 시인이 궁금해졌고, 결국 낭독회까지 다녀오고 말았다. 책장을 넘기며 밑줄을 긋고, 한참을 멈춰서기도 했다. 쉽진 않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이 시집은 정돈된 언어가 아니라, 망설이지 않고 … Read more

김혼비 작가의 술 이야기《아무튼 술》을 읽고, 술 생각이 났다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 책 표지 이미지

『아무튼, 술』은 『아무튼』 시리즈의 한 권으로, 김혼비 작가가 쓴 두 번째 에세이입니다. 출판사는 제철소이며, 2019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저자인 김혼비는 이미 첫 에세이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로 잘 알려져 있죠. 『아무튼, 술』은 제목 그대로 ‘술’을 주제로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이 책은 아무튼 시리즈의 스무 번째 작품이기도 합니다. (분량은 172쪽으로 비교적 짧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요.) 작가 … Read more

이별의 문장, 한강 『작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을 읽고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작별』의 표지 사진

며칠 전 따스한 오후, 오랫동안 눈여겨본 한강의 새 책 『작별』이 서점 책장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몽환적이면서도 힘 있는 그녀의 문체를 믿고 펼쳐본 책 표지는 차분한 색조와 멀리서 보이는 발자국으로 어딘가로 향하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이별’이라는 단어가 묵직하게 박힌 제목은 묘한 설렘을 주었고,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름도 읽기 전부터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책을 덮은 뒤에도 … Read more

『이토록 평범한 미래』 마주한 시간, 기억, 사랑의 이야기 들어가며, 평범한 미래를 꿈꾸는 용기

김연수의 소설 『이토록 평범한 미래』 책 표지. 다채로운 색감으로 그려진 책 표지, 밤하늘과 강을 배경으로 한 그림.

김연수 작가의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모든 것이 무너진 것만 같은 순간에 오히려 가장 평범한 내일을 상상해보는 용기를 말해줍니다. 9년 만에 발표된 이 신작 소설집은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나온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각 작품들은 사회적 재난과 혼돈을 지나 “종말 이후의 사랑”을 그린다는 공통된 주제를 안고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 Read more

《불교는 왜 진실인가》 책 리뷰, 진화심리학자가 들려주는 마음 이야기

《불교는 왜 진실인가》 한국어판 책 표지

저는 종교적인 믿음은 없지만 명상에 깊은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로버트 라이트의 《불교는 왜 진실인가》라는 책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무척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이 책은 불교의 가르침을 진화심리학과 철학적인 시각으로 풀어내었다고 하는데, 과연 불교가 종교적 믿음 없이도 우리 삶에 어떤 진실을 전해줄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제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흥미롭고 유익했으며, 읽는 … Read more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장석주 시인 리뷰 – 필사 책 추천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책 표지 이미지. 중앙에 파란 연필 그림이 세로로 그려져 있다.

문장을 따라 쓰는 일, 그것은 나를 돌보는 일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손에 잡히지 않고, 마음은 말라 있는 것 같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말들 중 어느 하나도 나에게 닿지 않는 날. 그런 날, 나는 이 책을 꺼낸다. 장석주 시인의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그리고 한 장을 펼치고, 거기 적힌 문장을 소리 … Read more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영화 그리고 책, 둘 다 추천하는 이유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책 표지, 조던 벨포트의 이름과 '아무것도 없이 모든 것을 이룬 남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음.

최근에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사실, 이미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죠. 영화는 제가 예전에 정말 재미있게 봤고, 책도 읽은 후에 영화와 비교하면서 다시 한 번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영화에서는 보지 못한 내러티브와 세밀한 감정선이 정말 잘 묘사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책의 첫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