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책장 위에서
『작별』이라는 제목을 봤습니다.
한강의 「작별」이 실린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이었습니다.
제목은 짧았고,
표지에는 발자국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처음엔 조용한 이별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이 작품은 이별보다 더 낯선 질문을 남겼습니다.
사람은 어디까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
줄거리를 따라가기보다
문장이 남기는 감각을 따라 읽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수상작 ‘작별’이 담긴 문학상 작품집

표지는 차분했습니다.
눈밭 같은 배경 위에
발자국이 이어져 있었고,
제목은 조용히 놓여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조용한 표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작별」을 읽고 나니
그 발자국이 누군가가 지나간 흔적처럼 보였습니다.
이제는 돌아오지 못할 자리처럼도 보였고요.
『작별』이라는 제목도
처음보다 더 서늘하게 다가왔습니다.
누군가와 헤어지는 일만이 아니라,
조금씩 사라지는 흔적을
따라가게 만드는 제목처럼 느껴졌습니다.
‘작별’에 대한 심사위원의 평

책 뒷면에서 가장 오래 걸린 문장은
사람의 경계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부터 인간이 아닌가.
이 문장을 보고 나니
「작별」을 단순한 이별 이야기로 읽기는 어려웠습니다.
누군가와 헤어지는 이야기라기보다,
사람이 사람으로 남는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는 이야기처럼 보였습니다.
한강의 문장은
크게 울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조용히
체온을 빼앗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읽다 보면
슬프다기보다
몸보다 먼저 마음이 움츠러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감각 때문에
이 작품을 쉽게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너무 추워요”에서 시작된 작별의 징후

“너무 추워요.”
이 짧은 문장에서
한참 걸렸습니다.
설명이 많은 문장보다
이런 말이 더 멀리 갈 때가 있습니다.
처음엔 몸의 추위처럼 읽혔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
마음과 존재 쪽으로 번지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누군가가 사라진 자리,
자신에게서도 조금 멀어진 사람의 말처럼 들렸습니다.
작품 속 인물은
사랑을 쉽게 사랑이라고 부르지 못합니다.
이미 사라진 감정,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마음,
갑자기 마주한 빈자리.
그런 것들이
문장 사이에 조용히 놓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추워요”라는 말은
날씨의 말처럼만 읽히지 않았습니다.
사라지고 있는 사람이
겨우 꺼낸 말처럼 남았습니다.
안부라는 이름의 마지막 대화

“엄마, 어떻게 지내세요?”
너무 평범한 말이라
오히려 더 오래 남았습니다.
안부를 묻는 말인데,
그 안에는 이미 멀어진 거리와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같이 있었습니다.
가족에게 묻는 안부는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늦게 슬퍼질 때가 있습니다.
늘 하던 말인데도
어떤 순간에는
마지막처럼 들릴 때가 있으니까요.
전화가 끝난 뒤의 정적도
쉽게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보다
끊긴 뒤의 고요가 더 크게 남는 순간이 있습니다.
「작별」은 그런 고요를
길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냥 잠깐 세워둡니다.
그래서 더 오래 남았습니다.
작별이라는 말이 서늘하게 남았다
『작별』은
슬픈 이별을 아름답게 감싸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작별이라는 말을
더 낯설고 서늘하게 남겼습니다.
사랑이 사라진 자리,
안부를 묻고도 닿지 않는 거리,
사람이 사람으로 남는 경계.
그런 것들이 책을 덮고 나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제목만 보고
이별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읽고 나니
이 작품에서 작별은
누군가와 헤어지는 일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내가 알던 몸에서,
내가 믿던 감정에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자리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너무 추워요.”
그 짧은 문장 하나가
한동안 계속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