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제목이었습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처음엔 조금 낯선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미래라면 뭔가 더 특별하고
달라져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읽고 나니
이 제목이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우리가 정말 바라는 미래는
대단한 성공보다
별일 없이 이어지는 하루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뒷면에 적힌 문장부터
이미 이 소설의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가장 좋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면.
이 말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이 책은 여러 단편이 담긴 소설집입니다.
이야기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읽다 보면 비슷한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무언가 끝났다고 느낀 사람들.
사랑하는 것을 잃은 사람들.
지나간 시간을 계속 떠올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다시 내일을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아주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문장마다 잠깐 멈추게 되는 부분이 있었고,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가
겹쳐지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책을 덮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좋았던 건
이 책이 아픔을 쉽게 정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상처가 있었지만 괜찮아졌다.
결국 다 의미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빠르게 말하지 않습니다.
상실은 상실대로 남고,
후회는 후회대로 남습니다.
다만 그 시간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읽으면서 저도
지나간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가까웠지만 멀어진 사람.
좋아했지만 제대로 말하지 못한 마음.
그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해되는 일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억지로 위로하지 않습니다.
그냥 옆에 앉아서
같이 바라봐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말하는 미래는
화려한 미래가 아닙니다.
내일도 살아 있는 것.
아침이 오고, 밥을 먹고,
하루가 지나가는 것.
예전 같으면
너무 평범한 말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평범한 하루가
생각보다 쉽게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나중에는 더 오래 남았습니다.
평범한 미래는
심심한 미래가 아니라
끝난 것 같던 시간 뒤에
다시 도착하는 내일이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평범한 하루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오늘과 비슷한 내일.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일상.
어쩌면 그게
우리가 계속 붙잡고 싶었던 미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상실 이후에도 삶이 이어진다는 걸
조용히 말해주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