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노래를
단 한 사람의 목소리로만 듣길 바라는 마음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지?”
처음에는 지독한 사랑 고백처럼
들렸던 문장입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보다 불길한 말도 없었습니다.
입속 지느러미에서
가장 무서웠던 존재는
인어 피니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사랑이라고 믿어버린
선형이었습니다.


조예은 작가의 입속 지느러미는
한겨레출판에서 2024년 5월에 출간된
164쪽 분량의 장편소설입니다.
인어와 음악, 사랑과 광기가
장마철의 습기처럼 뒤섞여 있습니다.
길지 않은 이야기인데도
책을 덮은 뒤 남는 감각은
생각보다 오래갔습니다.


혀가 잘린 인어를 만나다
작곡가를 꿈꾸던 선형은
사랑도 음악도 뜻대로 되지 않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삼촌이 백골로 발견되고,
선형은 유산으로 남겨진
낡은 수족관을 찾아갑니다.
그곳의 지하 수조에는
혀가 잘린 인어 피니가 있었습니다.
선형은 피니의 허밍을 들으며
포기했던 음악을 다시 떠올립니다.
피니의 목소리는
선형이 묻어두었던 꿈과 욕망을
한꺼번에 깨우기 시작합니다.

※ 아래부터는 결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피니보다 선형이 더 무서웠다
피니가 온전한 목소리를 내려면
피와 살이 필요했습니다.
과거 선형을 떠났던 경주가 나타나고
선형은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습니다.
피니는 본능에 따라 먹었지만
선형은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선택에
사랑과 음악이라는 이유를 붙였습니다.
선형은 피니를 사랑한 것보다
피니의 목소리를 통해 되찾을 수 있는
자신의 음악을 더 사랑했던 건 아닐까요.
그래서 피니보다
선형이 더 무서웠습니다.


인어는 전부 기억한다
선형은 피니를 바다로 보내지만
우성리 앞바다에서는
이후에도 실종 사건이 이어집니다.
“귀소본능.
인어는 전부 기억한다.”
피니가 다시 돌아온다는 뜻인지
정확한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선형이 바다에 풀어준 것은
피니만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족관 안에 갇혀 있던 욕망과 광기까지
함께 풀어준 것은 아니었을까요.

책을 덮은 뒤에는
한 가지 질문이 남았습니다.
간절히 원한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경계를 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그 욕망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있지는 않은가.
피니의 노래보다
그 질문이 더 오래 귓가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