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케이북스에서 산 ‘편안함의 습격’, 공항에서 불편함을 생각하다

비행기 탑승 전에
잠깐 시간이 남아서
인천공항 케이북스에 들렀습니다.

공항에서 시간이 애매하게 남으면
카페 아니면 서점 쪽으로
발이 가더라고요.

커피 한 잔을 살까 하다가
책장 쪽으로 갔고,
거기서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작은 서점, 케이북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C구역에 위치한 케이북스 서점 입구 모습
인천공항에서 만난 작은 서점

공항 안 서점은
일반 서점이랑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오래 머무르려고 들어가는 곳이라기보다
비행 전 남는 시간을
덜 심심하게 보내게 해주는 곳에 가깝습니다.

누군가는 여행 책을 보고,
누군가는 잡지를 고르고,
누군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을 책을 집어 듭니다.

저도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책 한 권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서점 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책

케이북스 서점 매대에 진열된 책 ‘육하는 성질 죽이기’
처음 눈에 들어온 책

책장을 둘러보다가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욱하는 성질 죽이기’라는 책이었습니다.

제목이 세서 그런지
그냥 지나치기 어렵더라고요.

공항처럼 사람이 많고,
기다림이 길고,
작은 변수에도 예민해지기 쉬운 곳에서는
이런 제목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공항 서점은
여행지에서 읽을 책만 파는 곳이라기보다
그 순간 사람들이 끌릴 만한 책을
잘 보이게 놓아둔 곳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집어 든 책, ‘편안함의 습격’

케이북스 인천공항점에서 판매 중인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
결국 집어 든 책, 편안함의 습격

그다음에 손이 간 책이
‘편안함의 습격’이었습니다.

제목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는 보통
더 편한 걸 원하고,
더 빠른 걸 찾고,
덜 귀찮은 선택에 돈을 씁니다.

배달, 간편결제, 빠른 배송,
구독 서비스까지.

요즘 소비의 많은 부분은
불편함을 줄이는 비용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편한 것만 좇는 삶이
사람을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편리함이 끝까지 설계된 공항에서
불편함의 가치를 말하는 책을 산 게
조금 아이러니했습니다.


마음에 꽂힌 첫 문장

‘편안함의 습격’ 책 속 인상적인 문장 “아주 힘들어야 한다, 그러나 죽지 않아야 한다”
첫 장에서 멈춘 문장

비행 대기석에 앉아
첫 장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이 문장에서 잠깐 멈췄습니다.

“아주 힘들어야 한다, 그러나 죽지 않아야 한다.”

짧은데
바로 넘기기 어려운 문장이었습니다.

요즘 서비스들은 대부분
덜 움직이고,
덜 기다리고,
덜 고민하게 만드는 쪽으로 갑니다.

앱은 더 간단해지고,
결제는 더 빨라지고,
음식은 문 앞까지 오고,
콘텐츠는 알아서 추천됩니다.

물론 편한 게 나쁜 건 아닙니다.

저도 편한 걸 좋아하고,
돈을 쓰는 이유도 대부분
귀찮음을 줄이기 위해서니까요.

다만 너무 편한 쪽으로만 가다 보면
내가 고른다고 생각했던 소비가
사실은 편안함에 끌려간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과 잘 어울리는 한 권의 책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앞에서 ‘편안함의 습격’을 들고 있는 모습
공항이라 더 묘하게 읽힌 책

공공항은 기다리는 곳인데,
기다리는 동안 뭔가를 사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커피, 식사, 면세품, 잡지, 책, 충전기, 여행용품.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은 뭔가를 사면서
그 시간을 덜 지루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편안함의 습격’을 읽다 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돈을 쓰는 순간 중에는
꼭 필요해서라기보다
불편한 시간을 없애고 싶어서 하는 소비도 많다는 것.

그리고 가끔은
그 불편한 시간을 그대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비행 전 짧게 읽은 책이었지만
그 질문은 꽤 오래 남았습니다.

나는 편해지기 위해
얼마나 자주 돈을 쓰고 있는지.

그리고 그 편함이
정말 나한테 좋은 쪽으로 남고 있는지.

인천공항 케이북스에서 산
‘편안함의 습격’은
여행 시작 전에 읽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가끔은..?
조금 불편한 선택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