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리뷰, 죽음을 말하지만 삶이 남는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죽음을 앞둔 스승과
그를 다시 찾아간 제자의 이야기입니다.

무거운 이야기일 것 같았는데
읽고 나면 이상하게
삶 쪽으로 마음이 기웁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더 오래 묻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베이지색 배경에 간결하게 디자인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표지
조용한 화요일의 책.

표지는 차분합니다.

화려한 제목도,
강한 문구도 없습니다.

그 조용함이
이 책과 잘 어울렸습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크게 소리 내어 울리는 책이 아닙니다.

대신 천천히 옆에 앉아
삶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묻는 책에 가깝습니다.

모리 교수는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책 안에서 계속 삶을 말합니다.

사랑, 일, 가족, 돈, 용서, 죽음.

익숙한 단어들이지만
그가 말하면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끝을 가까이 두고 하는 말이라서
더 가볍게 넘기기 어려웠습니다.

책 105쪽에 실린 감동적인 구절이 담긴 페이지
사랑이 이성이라는 말.

책에서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사랑에 대한 말이었습니다.

사랑은
유일하게 이성적인 행동이라는 말.

처음에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사랑은 감정에 가깝고,
이성은 계산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이 말이 이상하게 납득됩니다.

모리에게 사랑은
감상적인 말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끝까지 붙들어야 하는
삶의 방식처럼 보였습니다.

아플 때도,
몸이 약해질 때도,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은
끝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그 장면이 좋았습니다.

삶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무엇을 더 가져야 하는지가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마음을 나눴는지가
더 선명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는 것이 곧 사는 것'이라는 모리 교수의 철학이 담긴 책 속 구절
주는 것이 사는 것.

모리 교수는
주는 삶에 대해 말합니다.

받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
자신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이 부분도 오래 남았습니다.

살다 보면
더 가져야 안심되고,
더 인정받아야 괜찮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조용히 반대쪽을 보게 합니다.

내가 가진 것이 많아서
삶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건넨 마음이
삶을 조금 더 진하게 만든다는 쪽으로요.

거창한 나눔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을 내어주는 것.
말을 들어주는 것.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 것.

그런 작은 일들이
결국 사람을 살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첫 장에 인쇄된 문장과 깔끔한 구성
두려움 앞의 용기.

마지막 사진의 문장이
이 책의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암이라는 무서운 적과 맞서 싸우는
내 동생 파티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문장.

이 책은 죽음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아픔은 아픔이고,
두려움은 두려움입니다.

다만 그 안에서도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계속 보여줍니다.

모리 교수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몸이 무너지는 시간을
매일 통과하면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바라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위로는
마냥 따뜻하기만 한 위로는 아니었습니다.

조금 아프고,
조금 담담하고,
그래서 더 믿게 되는 위로였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가장 많이 남은 건
죽음에 대한 슬픔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더 아끼지 말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너무 흔해서
자꾸 미루게 되는 말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삶을 크게 바꾸라고 말하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아주 조용하게 묻습니다.

지금 내가 붙잡고 있는 것들이
정말 마지막까지 남을 만한 것인지.

그리고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충분히 건네고 있는지.

그 질문이 오래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