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언 고닉의 『끝나지 않은 일』을
다시 읽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지나쳤던 문장이
이번에는 마음에 걸려
오래 남았습니다.
가까워서 더 복잡했던 관계,
거리를 두고 나서야 보이는 감정.
고닉은 그런 것들을
차분하고 건조한 문장으로 붙잡습니다.
모녀라는 말 하나로는
다 담기지 않는 감정들이
이 책 안에 있었습니다.
다시 꺼내 든 책

여러 번 덮고 다시 펼친 흔적이 보인다.
이 책은 그렇게 읽게 된다.
포스트잇이 꽂힌 책을
다시 펼쳤습니다.
여러 번 덮고,
다시 열어본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잘 모르겠던 문장도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다르게 걸릴 때가 있습니다.
『끝나지 않은 일』은
그런 식으로 다시 읽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읽었다고 끝나는 쪽이 아니라
읽고 난 뒤에도
자꾸 돌아가게 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끝까지 다다를 수 없는 관계

다시 읽으면서 가장 오래 멈춘 건
플로베르를 읽는 대목이었습니다.
그중 한 문장이
유난히 세게 걸렸습니다.
“성행위와 침묵으로 끝나고 있었다.”
처음엔 문장만 세게 보였는데,
다시 읽으니 남는 건
관계 끝의 공허함이었습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남습니다.
말을 많이 해도
끝내 닿지 못하는 곳이 있고,
오히려 침묵이 더 많은 걸 말할 때도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순간을
크게 달래거나 설명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둡니다.
문장으로는 끝내 다다를 수 없는 것

이 책 속 관계들은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모녀 관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깝지만 편하지 않고,
멀어졌다고 끝난 것도 아니고,
사랑한다고 해서 다 이해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읽고 나서도
감정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모녀라는 단어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이
문장 사이에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좋았다기보다는
자꾸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어떤 관계는
끝까지 이해할 수 없어서
오히려 더 오래 남는 것 같았습니다.
외로움에 구조가 있다면

책에는
말로 다 잡히지 않는 감정들이 나옵니다.
고닉은 그걸 알고도
계속 문장으로 붙잡아보려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말이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 주변을 계속 맴도는 일.
저는 이 부분이 오래 남았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설명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감정이 멀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닉의 짧고 건조한 문장이
더 오래 남는 것 같았습니다.
문장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어떤 말은 부족하고,
어떤 설명은 감정을 더 멀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다시 말하려고 하고,
다시 쓰려고 합니다.
『끝나지 않은 일』은
그 불완전한 시도를
끝까지 놓지 않는 책처럼 느껴졌습니다.
언어로 살아내는 사람

이 책을 읽고 나면
바로 무언가를 정리해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관계도,
감정도,
언어도
끝까지 명확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래서 더 오래 남습니다.
『끝나지 않은 일』은
쉽게 좋았다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펼치게 됩니다.
읽고 나면
한동안 말을 아끼게 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어떤 문장은
설명할수록 멀어지는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