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허송세월》 삶과 죽음, 그리고 허송세월의 의미
책 소개: 《허송세월》, 김훈의 깊어진 문장과 통찰
김훈이 돌아왔다. 아니, 어쩌면 그는 한 번도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다. 그는 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한복판을 관찰하며, 그 속에서 의미를 건져 올려왔다. 이번 《허송세월》에서도 그는 삶과 죽음, 밥과 노동, 언어와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76세를 바라보는 노작가가 이제는 삶을 돌아보며, 허송세월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들을 되짚는다.
이 책은 살아낸 삶의 기록이다. 나이 들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들과 흐려지는 것들, 죽음의 가벼움과 삶의 무거움을 그는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그 담담함 속에는 언제나 김훈 특유의 날카롭고도 깊이 있는 문장이 자리하고 있다.
책의 핵심 내용
김훈이 《허송세월》을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지만 묵직하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
이 책은 노년의 기록이 아니다. 김훈은 과거의 삶을 돌아보면서, 현재를 응시하며,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그는 다만 우리에게 말할 뿐이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그 바쁨이 어떤 의미인지, 책을 읽으며 함께 고민해보자.
1. 늙어간다는 것, 그 쓸쓸한 위로

나이 듦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나이가 드는 것을 두려워한다. 외롭고, 쓸쓸하고, 몸은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김훈은 노년을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더 이상 등산을 가지 않고, 대신 호수공원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쬔다. 그 시간을 “허송세월”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그것은 어쩌면 가장 충만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노년이 되면 놓아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는 놓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도 삶의 일부라고 말한다.
2.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삶은 무겁고, 죽음은 가볍다.”
이 문장은 김훈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가장 잘 보여준다. 그는 친구들의 부고를 받아보며,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
자신의 죽음을 가볍게, 간소하게, 쓸데없는 절차 없이 치르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 속에는 오히려 삶에 대한 깊은 애착이 배어 있다.
죽음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는 정말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가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의술도 모두 가벼움으로 돌아가자.”
이 말이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본 결과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3. 언어는 사람을 단절시키는가, 이어주는가

김훈은 늘 “언어”에 집착하는 작가다. 이번 책에서도 그는 형용사와 부사를 줄이고, 더 단단한 문장을 쓰려 한다.
그는 말한다.
“말하기는 어렵고, 듣기는 더 괴롭다.”
이 시대의 언어는 사람을 연결하기보다 오히려 단절시키고 있다. 정치는 말장난을 하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소리친다.
우리는 정말 서로의 말을 듣고 있을까? 아니면, 자신의 말만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언어의 무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4. 밥과 노동, 그리고 인간의 존엄

김훈은 늘 ‘밥’과 ‘노동’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이번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밥을 먹는다는 것, 싼다는 것,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다.”
그는 박물관에서 본 똥바가지 하나에서 인간의 역사를 읽어낸다.
또한, 노동자의 죽음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다.
우리는 밥을 먹기 위해 일하지만, 때로는 밥을 먹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
과연 이런 세상이 정상인가?
5. 세월호는 아직도 기울어져 있다

김훈은 세월호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세월호는 아직도 기울어져 있다.”
배가 물속에 가라앉았다고, 그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불의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들이 있다.
이 책은 사회적 참사 속에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6. 젊음이란 무엇인가

“푸르른 날들”이라는 제목의 챕터에서 김훈은 젊음의 의미를 되짚는다.
젊음이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에 깃든 무엇이라고 말한다.
그는 정약용, 안중근, 방정환 같은 인물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들이 젊었던 날들을 생각하며, 지금의 우리는 어떤 젊음을 살고 있는지 묻는다.
“사람은 지나가지만, 사람됨은 지나가지 않는다.”
젊음은 사라지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7. 혼밥, 혼술,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

우리는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김훈은 혼자 있는 법을 알고 있다.
그는 혼밥과 혼술을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삶을 관찰한다.
우리는 늘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법을 모르는 것이 외로운 것이 아닐까?
8. 기억과 냄새 – 후각이 사라진 후에야 알게 된 것들

코로나 이후 후각이 둔해졌다는 그는, 냄새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어릴 적 맡았던 햇볕 냄새, 똥 냄새, 밥 냄새, 사람 냄새…
“사람은 맛으로 기억하고, 냄새로 추억한다.”
냄새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 속에 삶이 있다.
우리는 종종 소리나 이미지로 기억을 떠올리지만, 사실 가장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것은 냄새일지도 모른다.
9. 자연 속에서 삶을 배우다

김훈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일부일 뿐이라고 말한다.
철새들은 집도 없지만 걱정 없이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는 집이 있어도, 돈이 있어도 늘 걱정을 안고 산다.
자연을 보면, 삶이 단순해진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일까?
10. 우리는 허송세월을 잘 보내고 있는가

책을 덮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우리는 정말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쓸데없는 것들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가?
김훈은 허송세월을 하며 바쁘다고 했다.
우리는 바쁘게 살면서도 허송세월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가끔은 김훈처럼 햇볕을 쬐며, 그냥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게 진짜 “잘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 1부: 새를 기다리며
“햇볕 속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이 즐겁다.”
김훈은 이제 산을 오르지 않는다. 심혈관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고, 등산 장비를 후배들에게 물려주었다. 대신 그는 일산 호수공원에 앉아 햇볕을 쬐며 하루를 보낸다. 그것이 그의 새로운 허송세월이다.
그는 새가 둥지를 틀었다 떠나간 이야기를 하며, 새알이 부화하지 못한 것을 보며 “삶이란 결국 이렇게 가벼운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삶은 무겁고, 죽음은 가볍다.”
죽음을 배달받듯 휴대폰 부고 알림을 받으며, 그는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지를 고민한다. “나는 가볍게 죽고 싶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의 글 속에는 삶을 향한 깊은 애착이 묻어난다.
📌 2부: 글과 밥
“말하기는 어렵고, 듣기는 더 괴롭다.”
김훈은 늘 언어에 대한 집착을 보여왔다. 여기서도 그는 형용사와 부사를 줄이고, 더 단단한 문장을 쓰려고 애쓴다. “삶에 닿아 있는 글”을 쓰고 싶지만, 때로는 말이 사람들 사이를 단절시키는 도구로 작용함을 안타까워한다.
그는 박물관에서 본 똥바가지를 떠올리며, “생활은 크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현대사회에서 ‘밥을 먹기 위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에 분노한다.
📌 3부: 푸르른 날들
“젊음이란 무엇인가?”
그는 정약용, 안중근, 방정환과 같은 역사 속 인물들을 떠올린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되짚으며,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묻는다.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며, 아직도 배가 기울어져 있듯 사회의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묻는다.
“이 시대의 중생고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답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그는 묻고 또 묻는다.
허송세월인가, 살아낸 시간인가
김훈은 이 책에서 “허송세월”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한다. 하지만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그가 과연 진짜 허송세월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여전히 관찰하고, 사유하고, 질문하고, 글을 쓴다.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삶이 있을까?
그가 말하는 ‘허송세월’은 삶을 음미하는 시간’이다.
그의 글을 읽으며 나도 생각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자주 ‘허송세월’을 두려워하는가?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 정작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는 않는가?
어쩌면 우리는 김훈처럼 허송세월을 “보낼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는지도 모른다.
독서모임 발제문
📌 토론을 위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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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 김훈은 ‘죽음을 가볍게 받아들이자’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죽음을 두려워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가볍게 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이 가능할까?
-
노년에 대한 태도
- 김훈은 “늙기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나이 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젊었을 때와 노년의 삶은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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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글쓰기
- 김훈은 형용사와 부사를 줄이며 “필요한 말만 하는” 글을 쓰려 한다.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 여러분이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무엇인가? 왜 그 문장이 마음에 와닿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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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문제와 시대의 아픔
- 세월호 참사에 대한 김훈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 노동자의 죽음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그의 비판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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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일상
- 김훈은 호수공원에서 햇볕을 쬐며 ‘허송세월’을 즐긴다고 한다. 우리도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 우리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우리는 모두 허송세월 중이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이 문장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오히려 “허송세월을 하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한번 물어보자.
우리는 진짜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바쁜 일상을 허송세월처럼 흘려보내고 있는가?
이 책은 어쩌면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허송세월의 미학을 배울 기회를 주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하루쯤은 김훈처럼 호수공원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쬐며 시간을 보내보자.
그리고 자신에게 묻자.
“나는 지금, 허송세월을 잘 보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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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과 분노 – 김훈 작가 강연 (세바시 1644회)
👉 생명과 안전, 그리고 인간의 존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강연입니다.
📌 김훈 작가가 말하는 좋은 문장의 특징
👉 “첫 번째는 수다를 떨지 않는 것입니다.” – 군더더기 없는 문장의 힘에 대해 듣고 싶다면 이 영상을 추천합니다.
두 영상 모두 김훈 작가의 사유 방식과 글쓰기 철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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