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5 다시 읽기, 지금 더 선명하게 보이는 5가지 키워드

트렌드 책은 출간 직후보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펼쳤을 때 더 재미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단어가 일상에 남았는지, 당시의 전망이 실제 생활에서는 어떤 장면으로 나타났는지 보이기 때문입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5》를 다시 읽어보니 열 가지 키워드를 전부 외우는 것보다, 지금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몇 가지 변화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5 책 표지
김난도 외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25》
지금 다시 읽는 방법
예측이 맞았는지를 채점하기보다, 책에 나온 변화가 내 소비와 일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살펴봤습니다.

2025년의 열 가지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

《트렌드 코리아 2025》가 제시한 열 가지 소비 트렌드는 ‘SNAKE SENSE’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습니다.

뱀이 주변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듯, 익숙한 일상 속에서 달라지는 소비자의 욕구와 행동을 빠르게 읽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5 뒷표지 SNAKE SENSE 10대 소비 트렌드
SNAKE SENSE로 구성된 2025년 10대 소비 트렌드
  1. 옴니보어 — 연령과 성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취향
  2. 아보하 — 특별하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아주 보통의 하루
  3. 토핑경제 — 완성된 상품보다 나만의 조합을 만드는 소비
  4. 페이스테크 — 얼굴과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경험
  5. 무해력 — 부담과 공격성이 적은 대상에서 느끼는 매력
  6. 그라데이션K —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워진 한국적 정체성
  7. 물성매력 — 직접 만지고 경험하는 물리적 감각의 가치
  8. 기후감수성 — 일상적인 선택으로 들어온 기후 문제
  9. 공진화 전략 — 경쟁만이 아니라 함께 적응하며 성장하는 방식
  10. 원포인트업 — 인생 전체보다 필요한 한 부분씩 개선하는 성장

열 가지를 한꺼번에 보면 마케팅 용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키워드 뒤에 있는 생활 장면을 떠올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이라기보다 관찰하는 책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미래에 벌어질 일을 정확하게 맞히는 예언서라기보다, 이미 시작된 변화를 이름 붙여 보여주는 책에 가깝습니다.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진은 소비자의 행동과 사회 변화를 관찰하고, 여러 현상을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합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5 저자 김난도 교수 소개 페이지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이끄는 김난도 교수

책의 앞부분에서 전년도 키워드를 다시 점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해의 유행을 발표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포착한 흐름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돌아본 뒤 다음 변화를 설명합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5 목차의 2024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 부분
지난해 키워드를 복기한 뒤 새로운 흐름을 설명하는 구성
트렌드 코리아 2025 목차의 2025년 10대 트렌드 목록
책에서 제시한 2025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지금 다시 읽을 때도 “이 예측이 맞았나”만 따지기보다, 어떤 욕구와 불편이 이런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보는 편이 흥미롭습니다.

1. 옴니보어, 사람을 나이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옴니보어는 본래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는 잡식성을 뜻합니다. 책에서는 한 사람이 서로 다른 분야와 가격대,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비하는 모습을 설명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같은 사람이 저렴한 생필품은 꼼꼼하게 비교하면서 취미용품에는 큰돈을 쓰기도 합니다. 대중적인 콘텐츠를 즐기다가도 아주 전문적인 분야를 깊게 파고듭니다.

연령이나 성별만으로 취향을 예상하기 어려워진 이유입니다.

누가 소비하느냐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선택하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하나의 정체성으로 자신을 설명하기보다 그날의 기분과 필요에 따라 여러 취향을 오가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2. 아보하, 특별한 하루보다 무사한 하루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표현입니다.

크게 성공하거나 특별한 경험을 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별일 없이 지나간 평범한 하루에서도 만족을 찾는 흐름을 담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익숙한 공간에서 쉬고, 예정된 일을 무리 없이 끝내는 것. 겉으로는 사소하지만 이런 일상이 흔들릴 때 평범함의 가치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보통의 하루는 특별한 사건이 없는 날이 아니라, 내 생활이 무너지지 않은 날에 가깝습니다.

성과와 자극을 계속 요구받는 생활에서 아보하가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읽었습니다.

3. 토핑경제, 기본보다 조합이 구매 이유가 됐다

토핑경제는 완성된 상품을 그대로 소비하기보다, 기본 상품 위에 자신의 취향을 더하는 소비 방식입니다.

음료의 당도와 토핑을 고르고, 배달 메뉴에 추가 옵션을 붙이고, 휴대전화 화면과 가방을 꾸미는 일도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품의 핵심 기능이 비슷해질수록 소비자는 기본 제품보다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토핑경제가 보이는 장면
메뉴의 추가 옵션, 제품 색상과 부품 선택, 구독 서비스의 세부 구성처럼 기본 상품 위에 무엇을 더하고 뺄지가 구매 경험의 일부가 됐습니다.

기업에는 선택지를 늘리는 전략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완성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방식으로 마무리하는 경험입니다.

4. 무해력, 강한 자극에 지친 마음이 찾는 것

무해력은 다른 사람에게 위협이나 부담을 주지 않는 대상이 가진 힘을 말합니다.

작은 동물과 귀여운 캐릭터, 조용한 일상 콘텐츠처럼 경쟁과 갈등이 적은 대상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모습입니다.

단순히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유행만으로 보면 설명이 부족합니다. 일상에서 끊임없이 판단하고 반응해야 하는 사람이 잠시 긴장을 내려놓을 대상을 찾는 현상에 더 가깝습니다.

재미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안전한 재미의 가치가 커진 셈입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5 서문과 SNAKE SENSE 설명 페이지
미세한 변화의 징후를 감지하는 감각을 강조한 서문

5. 원포인트업, 인생 전체보다 한 부분만 바꾸기

원포인트업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겠다는 거대한 목표보다, 지금 필요한 한 가지를 개선하는 성장 방식입니다.

매일 한 시간 운동하겠다는 계획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는 일, 재테크 전체를 공부하겠다는 목표보다 자동저축을 먼저 설정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목표가 작다는 뜻은 아닙니다. 변화의 범위를 줄여 실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려다 멈추는 것보다, 한 지점을 고른 뒤 눈에 보이게 개선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지금 하나만 바꾼다면

  • 매달 반복되지만 불편하게 느끼는 소비는 무엇인가
  • 편안함을 얻기 위해 새롭게 돈을 쓰기 시작한 항목은 무엇인가
  • 기본 상품보다 옵션을 고르는 데 더 오래 고민하는 것은 무엇인가
  • 이번 달 생활에서 한 가지만 개선한다면 무엇을 고를 것인가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내 생활을 관찰하는 일

트렌드 키워드를 많이 안다고 해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평소에는 따로 보였던 소비와 행동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왜 특정 상품에 끌렸는지, 예전과 달리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돌아보게 됩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5》를 다시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도 새로운 단어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옴니보어, 아보하, 토핑경제, 무해력, 원포인트업이라는 표현 뒤에 이미 익숙해진 생활 장면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책장에 꽂힌 트렌드 코리아 2025와 경제 사회 관련 도서
한 권의 전망보다 여러 시각을 함께 읽는 일이 남습니다.

트렌드는 멀리 있는 미래가 아니라 내가 최근 다르게 선택하기 시작한 것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책을 덮은 뒤에는 열 가지 단어를 외우기보다, 내 소비에서 달라진 한 가지를 찾아보는 편이 더 오래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