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에서 책 이야기를 꺼내던 문가영을 보고 처음 ‘파타’라는 제목을 검색하게 됐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쓴 글은 어떤 결을 가질까, 궁금함 반 기대 반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알게 됐다.
이 책은 문가영이 아닌, ‘파타’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꺼낸 속 이야기였다는 것을.
읽는 내내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어떤 문장 앞에서는 괜히 숨이 멎기도 했다.
익숙한 감정인데도 내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것들이 이 책 안에는 단단하게 담겨 있었다.
표지부터 감정을 흔들다

마주한 순간부터 시선이 멈췄다.
어딘가 익숙한 듯 낯선 분위기가 있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현실과 상상을 교차시키고,
파타라는 이름은 그 사이에 자신을 밀어넣는다.
이 책이 그저 예쁜 표지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다는 건
굳이 펼치지 않아도 느껴졌다.
이 책이 기록이어야 했던 이유

사라진 그녀를 떠올리기 위해,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 남겨둔 단단한 문장들.
뒷표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오래 준비된 용기였는지 알 수 있다.
기록한다는 건 누군가를 다시 불러오는 일이고,
그 마음은 독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파타, ‘그것’을 바라보다

파타가 마주한 건 작은 파란 새였다.
가만히 있지만 끊임없이 흔들리고,
고요하지만 그 안엔 떠날 준비가 담겨 있는 생명.
이 장면을 읽으면서 이상하게도 내 안에
오래 묻어뒀던 감정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아직은 머물러 있어도 괜찮지만,
언젠가 나도 ‘그것’처럼 파란 날개를 펴야겠지.
다음엔, 더 사랑해야지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미뤄두고 있는 걸까.
파타와 친구가 나눈 이 짧은 대화는
그 어떤 인생 조언보다 진심이었다.
“내 꿈은 모든 걸 사랑해버리는 거야.”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다음 삶이 아니라, 지금을 바꿔볼 수 있을지도.
익숙해진다는 건, 조금씩 멀어진다는 것

어떤 이별은 예상할 수 있고,
어떤 이별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온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씩
익숙해지는 법을 배우게 되는 걸지도.
이 책은 그런 감정을 조용히,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게 만든다.
감정도 숨 쉬어야 하니까

단숨에 표현되지 않는 마음,
말로 꺼낼 수 없던 감정.
그걸 꾹 눌러놓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터질 듯 무겁게 피어오르기도 한다.
문가영은 그것을 ‘발효’라고 말한다.
참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감정이 숨 쉬는 방식이라고.
문가영이라는 배우를 알고 있었지만,
『파타』를 읽고 나니 이 사람의 언어와 마음을 알게 된 기분이 들었다.
멋지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조심스럽게 꺼낸 문장들이
오히려 더 진심으로 다가왔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오래 남는 문장들이 있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남기기 위해 쓴 글이란 게 느껴졌달까.
나도 언젠가
내 안의 ‘파타’에게 말을 걸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 이 책이 곁에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