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제목이었다. 정신머리. 도대체 어떤 시를 쓰는 사람일까 싶었고, ‘수정된 과거는 보장된 현재 다만 확실하게 흔들릴 뿐인 미래를 가져다주리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그냥 넘기지 못하게 됐다. 그렇게 박참새 시인이 궁금해졌고, 결국 낭독회까지 다녀오고 말았다.
책장을 넘기며 밑줄을 긋고, 한참을 멈춰서기도 했다. 쉽진 않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이 시집은 정돈된 언어가 아니라, 망설이지 않고 쏟아내는 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지럽고 불편하면서도 이상하게 계속 생각나고, 결국은 마음 어딘가에 남았다.
이 글은 박참새 시집 『정신머리』를 읽고, 직접 낭독회에 다녀온 기억까지 담은 기록이다.
『정신머리』의 첫인상

깔끔하고 절제된 디자인의 표지. 시집이 담고 있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시 세계와는 또 다른 외면의 정갈함이 인상적이다.
박참새의 손글씨

시집에 남긴 짧은 문장이지만, 시인 본인의 언어로 직접 마주했던 시간이라 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말의 집에서

말과 언어로 지은 집에서 혼자 살아가는 고립된 존재로서의 시인. 『정신머리』를 이해하는 키 시라고 할 수 있다.
검열과 시

『정신머리』는 내면의 고백뿐 아니라, 사회 현실에 대한 발언도 멈추지 않는다. 시인으로서의 자세를 느낄 수 있는 부분.
이 문장 때문에

『정신머리』라는 시집 전체의 울림을 농축한 듯한 문장. 독자에게는 진입점이자 출구 같은 말.
유랑하는 사람들

박참새의 시는 철저하게 개인적인데도 낯설지 않다. “유랑이 본성”이었던 삶을 담담히 고백한다.
읽는 동안은 여러 번 걸음을 멈추게 됐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에 붙들리기도 했고, 아주 사소한 구절 하나가 오래 남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오히려 말수가 줄었다. 어떤 감정은 분명 있었지만 쉽게 표현되진 않았다.
이 시집은 그런 책이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뭔가 툭, 하고 건드리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면, 마치 “그냥 네가 느낀 대로면 돼”라고 말해주는 느낌.
박참새의 『정신머리』는 “깡패가 되려고 시를 쓴다”는 수상 소감만큼이나, 자기 고백과 분노, 유머와 허무가 뒤엉켜 있는 시집이었다. 이해되지 않는 구절도 있었고, 읽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에 스며드는 말도 있었다. 때로는 시보다 시를 둘러싼 여백과 형식이 더 말을 건네는 것 같기도 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몇 문장들이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 책은 그 질문 자체를 놓게 만들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느껴진 그대로가 ‘읽은 자국’으로 남았으니까.
시가 어렵다고 느껴졌던 사람도, 감정을 조금 더 솔직하게 마주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시집은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이 책을 펼쳤을 때, 또 다른 문장이 나를 붙잡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를 품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