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이상하게 걸렸습니다.
『정신머리』…?
시집 제목으로는 낯설고,
조금은 장난스럽고,
또 이상하게 심각해 보였습니다.
도대체 어떤 시를 쓰는 사람일까 싶었습니다.
그러다 한 문장을 읽고
그냥 넘기지 못했습니다.
정확히 이해했다고 말하긴 어려웠는데,
이상하게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렇게 박참새 시인이 궁금해졌고,
결국 낭독회까지 다녀오게 됐습니다.
쉽게 읽히는 시집은 아니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바로 잡히지 않는 문장도 많았고,
읽다가 멈춘 곳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냥 덮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정신머리』의 첫인상

표지는 생각보다 정갈했습니다.
깔끔하고 절제된 표지인데,
제목은 『정신머리』..
이 조합이 이상하게 눈에 걸렸습니다.
안은 얼마나 어지러울까.
어떤 방식으로 말하는 시인일까.
처음엔 그 궁금함으로 펼쳤습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이 시집은 정리된 말을 보여주기보다
정리되기 전의 말들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단정하게 설명되는 시가 아니라,
흘러넘치고, 비틀리고,
가끔은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세워두는 시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오래 붙잡혔습니다.
박참새의 손글씨

낭독회에서 받은 손글씨는
짧았는데도 오래 보게 됐습니다.
책으로만 보던 이름을
실제 자리에서 마주했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시를 종이로 읽을 때와
시인의 목소리로 들을 때는
조금 달랐습니다.
눈으로 읽을 때는
문장 사이에서 혼자 헤매는 느낌이었다면,
낭독회에서는
그 헤맴 자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시집을 다 이해해서 간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잘 모르겠어서 갔고,
그 잘 모르겠는 마음이
조금은 덜 어색해진 시간이었습니다.
손글씨가 남은 페이지를 볼 때마다
그날의 공기까지 같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말의 집에서

‘말로 지은 집’이라는 이미지가
오래 남았습니다.
시를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닿기 위한 일 같으면서도,
결국 혼자 남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은 사람을 연결해주지만,
가끔은 더 고립시키기도 합니다.
내가 뱉은 말 안에
내가 갇히는 순간도 있고요.
이 시를 읽으며
박참새의 시가 왜 이렇게 어지럽게 느껴지는지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정리된 문장으로 안전하게 말하기보다,
말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편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오래 남았습니다.
검열과 시

이 시집은
자기 안쪽 이야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문장은 바깥을 향해 있었고,
어떤 문장은 꽤 날카롭게 들렸습니다.
“손쓰며 막으십시오.”
이 짧은 말은
쉽게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시는 조용한 고백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누군가를 향해 던지는 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머리』 안의 문장들은
얌전히 앉아 있지 않았습니다.
자꾸 움직이고,
튀어나오고,
읽는 쪽을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그 점이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 때문에
이 시집을 쉽게 잊기 어려웠습니다.
이 문장 때문에

사실 이 시집이 궁금해진 건
한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수정된 과거는…”으로 시작하는 문장.
전체를 다 이해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 문장을 읽는 순간
한참 멈췄습니다.
문장이 나를 설득했다기보다
붙잡아 세운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과거가 수정될 수 있다면,
현재는 정말 보장되는 걸까.
미래는 왜 확실하게 흔들리는 걸까.
정답을 찾으려고 읽은 문장은 아니었는데,
그 문장 때문에
박참새라는 이름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낭독회까지 가게 됐습니다.
생각해보면
좋은 문장은 꼭 친절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습니다.
모르겠는데도
계속 다시 보게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제게는 이 문장이 그랬습니다.
유랑하는 사람들

이 시집 속 사람들은
깔끔하게 도착하는 쪽보다
계속 떠밀리고, 실패하고,
그래도 어딘가로 가는 쪽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카프카와 실바인,
그리고 유랑하는 사람들.
이름과 이미지가 낯설게 이어지는데도
그 안에 있는 감정은 아주 멀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디에도 완전히 머물지 못하는 마음.
실패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사람들.
이 시집의 문장들도
그런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반듯하게 도착하지 않고,
자꾸 다른 방향으로 새고,
그러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이상하게 마음을 건드립니다.
읽는 동안은 여러 번 멈췄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에 붙들리기도 했고,
아주 사소한 구절 하나가
오래 남기도 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오히려 말수가 줄었습니다.
분명 어떤 감정은 있었는데,
쉽게 설명되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문장은 아직도 잘 모르겠고,
어떤 문장은 이상하게 자꾸 떠오릅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이 시집을 읽은 시간은 충분히 남았습니다.
어떤 책은
설명보다 먼저 자국이 남습니다.
무슨 뜻인지 정리하기 전에
몸이 먼저 기억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제게 『정신머리』는
그런 시집이었습니다.
어지럽고, 불편하고,
가끔은 너무 멀리 가버리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이상하게 눈을 떼기 어려웠습니다.
시가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집을 읽고 나니
시를 꼭 완전히 이해해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문장은
이해보다 먼저 나를 붙잡고,
어떤 문장은
나중에야 천천히 돌아옵니다.
『정신머리』는
그런 방식으로 남았습니다.
낯선 제목에서 시작해
한 문장에 멈췄고,
결국 낭독회까지 다녀오게 만든 시집.
다 읽고 나서도
아직 몇 문장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